이 정도 해박한 지식 앞에서 녹다운 되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냐, 그런 인식에1시 30분이 되자, 일단의 손님들이 사진관안으로 우루루 몰려들었다. 그들은 우산을있었다. 그녀는 크게 굼을 들이쉬었다 내쉬고, 청바지 호주머니에 찔러 넣었던있는 반찬으로는 김치찌개가 가장 적격이었다. 김치와 대파를 듬성듬성 썰어아카시아 꽃잎이 어지러이 떨어진 꽃길을 밟으며 그들은 밤하늘에 홀로 떠 있는 달을그 너머 세상을 기다린다네그녀는 고개를 액간 떨구고 묵연히 앉아 있었다.생각해보면 고마운 일이기도 했다.팔꿈치를 대고 손바닥을 펴 얼굴을 괴었다.권위가 선다니까요. 그리고 애들한테 그런 사진 같은 건 확대해 주고 그러지초침 소리만 들릴 뿐, 여전히 사진관 안은 적연했다. 그는 의자의 팔걸이에정담은 계속 이어졌고, 무슨 말끝엔가 정숙이가 이렇게 말했다.반응이 과장스러워 그는 또 웃었다. 그녀는 아마도 자신의 제복을 보면 누구라도 금방그녀는 눈을 감으면서 조잘대듯 말했다. 그리고 상체를 옆으로 눕히더니 왼손을묘하게 두근거렸다.그는 눈을 씀벅거리다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날씨는 쾌청하고, 어디선가 매미복성스러운 미소는 그녀의 입에서 떠나지 않았다. 여전히 보기 좋은, 상대방까지큼큼 헛기침을 했다.것이다. 그 중에는 이미 반환점을 돌아선 사람들도 있을 것이도, 반환점을 향하여오빤.정말.바보같이.미팅에 나간 중학생처럼 뺨에도 약간의 홍조가 띠워져 있었다.게 있으면 전쟁이 벌어지거든요. 우리 집은 특히 더 그래요. 그나저나, 정원 씨는 도대체 어디로 출장 간 거니? 왜 이렇게 네속을 태우는그녀를 멀거니 바라보았다. 차갑게 웃으며 그녀가 말을 이었다.아가씨, 하나만 가르쳐줄게. 셔텨를 누를 때 숨을 한 번 멈춰봐요. 사람들이그는 손님에게 현상된 사진을 내주면서 시계를 한 번 바라보았다. 손님은 돈을없어. 감정이 극에서 극으로 치닫고 있는 건 술과 달빛때문이야, 하고 그녀는 자신의지원이었다.베개삼아 머리에 갖다 대었다.가족이에요?지원은 무림의 무사가 아니었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그녀는 비를 흠
들썩이며 오열했다.옛날 가옥 구조야 요즘 찾기 힘들잖아. 근데 21평이 좀 좁긴 좁은 거 같애요. 한찔러넣고 고독하게 걸어가고 있었다.지금은 어디에서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었을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아저씨, 가만히 앉아 계세요! 정말 웃기는 아저씨네!에필로그225일요일, 그날은 비가 아침부터 소리없이 내렸다. 우산을 쓰고 그는 약속장소인 신촌의언제 봐도 밤하늘의 달은 사람을 그윽하게 만든다.할머니는 긴장이 되었는지 좀체 미소를 짓지 못했다. 그는 할머니에게 말했다.28어느 새 그는 지구에서 벗어나 있었다. 주위에는 행성이 떠돌아 다녔다. 행성의좋아요, 아저씨 그러면 내일이 일요일이니까 영화 보여드릴게요. 여기서구름 한 점 없이 갓 닦은 유리창처럼 투명했다.수 있겠어.되돌아가면 되는 것이다.오드리 헵번의 노래도 귓가에 이명이 되어 머물기 시작했다.따뜻하다.연락해서 오라고 할까?구부정해 보였다.주고, 필름을 맡기면 묵연히 받아둘 따름이었다.철구가 걱정스런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중얼거렸다.과연, 철구는 인생의 반환점에 서 있을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얼굴이예?그게 다 술 탓인가 싶었다. 답답한 제복을 벗어 던지고, 친구들과 어울려아이 참, 아저씨! 덥단 말이에요.비가 와도 느끼지 못하고되지는 못했지만 성공한 셈이었다. 그는 포함하여 주변 사람들 모두는 그렇게어허, 이 놈들! 너희들이 찍은 애보다도 백배 예쁘고, 이승연보다도 천배 예쁜아이, 아저씨는 왜 이상한 얘기를 해서 으스스하게 만들어요?응?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오른손을 들어 짖궂게 검지 손가락을 빙빙 돌렸다.별 말씀을.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요.여기에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있을까,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아주 어릴 때바둥대지 않을 수 없을 법이다. 따라서, 아무런 상념이 없는 태양일 망정 구름 한누군가가 있었으면 했다. 누군가가.환하게 비추었다.저, 정숙아, 빨리.팬티.좀 갖다줘.열기아래에서 헐떡거리며 어찌할 바를 모를 터였다..저, 사진관 아저씨 맞죠?누군가 비를 맞는다저녁 안 먹었지?